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히가시가와 도쿠야)
지난 여름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책 두 권을 샀다. 하나는 굉장히 재미있다고 써놓은 미국 소설인데, 반 정도 읽고 도중에 덮어놓았다. 읽을 엄두나 나지 않아서다. 일본식 장광설은 곧 잘 읽겠는데 미국식 장광설은 도저히 나와는 맞지 않는다. 스무 살 쯤에 읽다가 포기한 <뉴욕3부작>이나, 재작년 절반까지 읽다가 도저히 정이 가지 않아 손을 놓아버린 <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 아픈 이야기>까지 친다면 3연패다. 반면, 일본 소설은 곧 잘 읽는다. 거기에 본격 탐정 소설이나 추리 소설이라면 두 손들고 환영이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소설이다.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들과 여러개의 에피소드를 한데 묶어 놓은 책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읽을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다. 인물관계 구성이 코믹적이고 한편한편의 사건들이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일어나는 범죄사건이나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은 본격 탐정 소설이라고 할만큼 잘 짜여져 있다. 최근 추리소설의 강세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해서 이야기가 커지고 구성도 복잡해지며 마지막엔 짠! 하고 강렬한 반전을 남기기에 급급해 요즘엔 추리소설 하나 읽기에도 벅차다. 물론 그만큼 문학적인 완성도도 높아지지만. 그렇기에 이 책은 좀 신선했다. 자주보는 탐정만화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내가 재미있게 읽은 수 있는 원인이었다.
책의 주인공은 대재벌가의 딸인 호쇼 레이코는 젋은 여형사로 미궁에 빠지는 여러 사건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을 아주 손쉽게 해결하는 것이 그녀의 집사인 가게야마다. 그는 뛰어난 추리력으로 호쇼를 도와주지만 반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재벌가의 아가씨에게 독설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호쇼도 그 모습에 깜짝 놀라 당장이라도 잘라버리고 싶지만 그의 추리력을 무시못해 항상 도움을 빌린다. 나중에는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졌을 때, 집사녀석에게 도움을 청하면 또 다시 자신에게 독설을 내뿜을까봐 고민고민하지만 일단 그녀는 형사이고 어서빨리 사건이 해결됐으면 원하는 사람이라 또 다시 가게야마에게 도움을 청하고 독설을 되받는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친해져가는 두사람.
작가는 이미 후속작을 쓰고 있다는 소문과 현제 일본에서는 드라마로까지 반영된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내가 살면서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읽는 날이 오긴 하는 걸까. 책의 분량이 너무 많아서 읽기도 전에 겁을 먹어 몇 년째 고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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